생주이멸(生住異滅)
모든 사물(事物)이 생기고, 머물고, 변화(變化) 하고, 소멸(消滅) 하는 네 가지의 모양(模樣)을 말한다.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깼다.
렘수면(REM) 단계에서 깨어났는지 꿈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떠나보낸 이랑 즐겁게 대화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데,
꿈이라고 생각하니 허탈했다.
단지 꿈이었을 뿐이었는데, 그 꿈은 내 마음을 아프게 하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다녀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는데 쉽게 다시 잠에 들지 못했다.
그러다 불현듯 뇌리에 "생주이멸(生住異滅)" 사자성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태어나고, 생활하고, 성장하다가 마지막엔 죽음을 맞이한다.
어떻게 보면 생로병사(生老病死) 와도 의미가 잇닿아 있다.
세상에 나오면 누구나 겪는 순리인데, 이 당연한 순리를 생각하는데 왜 이렇게 슬픈 건지 내 마음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저 사자성어의 참 의미를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는데 마음으로는 공감을 하지 못한다는 게 너무나 속상했다.
사실, 마음이란 본래 실체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도 그렇다.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다가, 머물렀다가, 그리고 돌아섰다가, 그리고 소멸한다.
영원할 거라고 약속하지만 부질없는 바람이다.
같이 있을 땐 마음의 실체를 알기 힘들지만, 떠나보낸 이들은 공감할 것이다.
내 인생보다 소중한 것 같던 사랑의 기억도 이별 뒤엔 시간의 강물에 소멸된다.
생주이멸(生住異滅) 이것이 모든 사물(事物)의 본 모습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에서 움직이고 있는 마음이란 그런 것이다.
생겨나고, 머물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다가, 그러다 끝내 소멸한다.
마음이란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누군가를 간절히 사랑했었다면 그래서 더 슬픈 건지도 모르겠다.
잊히는 걸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그 고통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잊지 않으려는 마음과 잊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욕심에서 비롯된 부질없는 소망이다.
잊히는 것이 순리다.
당연한 순리고 마음 아플 일이 아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사실이 너무나 마음 아프게 다가오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