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난 참 웃음이 많았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왜 그렇게 웃음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어렸을 때 처음으로 승용차를 탔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친척이 현대 엑셀 승용차를 샀었는데 그 승용차를 엄마랑 같이 탈 일이 있었다.
엄마와 같이 뒷자리에 앉아서 난생 처음 승용차를 타고 가는데 계속 웃음이 나와서 창밖을 보면서 한참을 웃었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계속 웃음이 나왔고, 어른들이 이런 내 모습을 보면 어쩌지 하는 상상에 더 웃겼다.
왜 그렇게 웃음이 나왔을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처음으로 승용차를 탔던 그때의 즐거웠던 내 기분을 대신 표현한 방법이 웃음이었던 것 같다
아마 중학교 2-3학년 추석이었던 것 같다.
명절이 되면 유명한 영화나, 해외에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TV에서 방영해 주는데 그때 봤던 게 미스터빈이었다.
엉뚱하고 황당한 설정 속에서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미스터빈이 하는 코미디 프로였다.
거실 TV로 그걸 보다가 진짜 배를 잡고 떼구루루 굴렀다.
"아.. 배가 너무 아파.. 아.. 죽을 것 같아. 하하하!" 정말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웃었고 배는 아팠다.
눈물도 나왔고 나중엔 턱까지 아팠다.
예전 SBS에서 한 개그프로 웃찾사에서 "그때그때 달라요" 도 정말 애증 했던 프로그램이다.
컬투(김태균, 정찬우)가 나와서 영어 문장을 엉터리로 강의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는데 등장부터가 웃겼다.
미친 소 정찬우는 머리에 해바라기를 꽂은 상태로 꽃게처럼 다리를 옆으로 벌린 상태에서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등장한다.
해바라기를 꽂은 상태에서 안 미끄러지고 잘 타는 게 더 웃겼다.
그리고 어떤 질문이든 물어보면 대답이 "그때그때 달라요~" "생뚱맞죠~! ~아닌거죠!!" 하면서 황당한 답변을 늘어놓는다.
그 프로그램도 보면서 한참을 웃었었다.
매일 미친소의 헛소리를 들으려고 웃찾사 하는 날만 기다렸었다.
웃음에 대한 좋은 기억만 있었던 건 아니다.
중학교 물상 시간이었는데 수업 시작 전에 반 아이끼리 싸움이 일어났었다.
그 장면을 수업하러 오시던 물상 선생님이 보셨고 싸움을 하던 2명의 아이는 엉덩이를 빠따로 맞았었다.
물상 선생님은 피지컬도 상당히 좋고 젊고 키가 상당히 컸었다.
항상 들고 다니는 원통형 플라스틱 빠따가 있었는데 플라스틱 안은 비어있는 상태여서 휘두를 때마다 "윙~윙~" 하는 소리가 무섭게 났었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체벌이 흔해서 말 안 들으면 맞는 건 당연했고 맞더라도 허리나 손가락뼈만 안 맞기를 바래야 했었다.
선생님이 엉덩이를 때린다는 게, 조금 빗맞아서 허리를 때려서 허리가 잘못된 애들 이야기도 간혹 들었다.
암튼, 그때 싸웠던 친구들이 풀 스윙으로 엉덩이를 맞고 쓰러지는데 난 그 분위기가 너무 참기 힘들었다.
머릿속에서 이렇게 쥐 죽은 듯이 조용하고, 무섭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웃었다간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웃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웃으면 안 되는 그 상황이 너무 웃긴 상황이 된 이상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당연히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인데 난 그때 그 상황에 휘말려서 안타깝게도 "흐흑.." 하고 웃고 말았다.
조용하던 반에 갑자기 짧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물상 선생님은 매 타작을 멈추고 돌아서며 말씀하셨다.
"웃어? 웃은 새끼 나와"
그렇게 난 나가서 매 타작을 당했다.
불혹을 넘은 내 몸에는 그날 맞은 흉터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한번 맞고 나면 시커멓게 피멍이 들고 맞은 자리를 몇 번 더 맞으면 살이 터져서 피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게 다 흉터가 된다.
지금 시대에 그랬다면은 TV에 나올 일이지만 내 나이 때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정말 많이 웃고 떠들고 놀았었는데
지금은 웃을 일이 많이 없다.
TV 예능을 이것저것 아무리 봐도 "왜 쟤네들끼리 웃고 떠들고 재미있다는 거지? 난 하나도 안 웃긴데..." 이런 생각뿐이다.
"나이가 든 걸까? 아니.. 나이가 들어도 잘 웃는 사람들은 많은데.."
"호기심 많고 순수했던 동심이 사라진 걸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네..."
예전엔 참으려 해도 상황 파악 못하고 비집고 고개를 내미는 웃음 때문에 고민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반대가 되어버렸다.
웃으려 해도 웃음이 잘 안 나온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데 오늘부터라도 웃는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
순수했던 그 시절의 마음을 잊지 말고 오늘부터 스마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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