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일상적인 답변으로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서 나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라고 나름 포장할 수 있겠다. 그런데 진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이유는 생각 없이 지금껏 살았기 때문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독서의 양을 늘리고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로 생각을 확장해 나가다 보니
어느새 물음은 나를 향해 있었다.
"나는 누구일까?"
이 물음과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불혹이 넘은지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처음 해본다.
나라는 사람의 생체적인 특징(키, 몸무게, 나이, 시력, 헤어스타일...)으로 우선 나를 특징해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정보는 개인 정보로 자세하게 여기다가 적을 수는 없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일도 마찬가지다.
그 부분을 빼고 나에 대해서 생각나는 데로 기술해 본다.
"회사와 집만 왔다 갔다 하는 사람"
"술, 담배 전혀 안 하는 사람"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사람"
"발라드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노래가 있으면 질릴 때까지 1곡만 반복해서 듣는 사람"
"가족을 우선 생각하는 사람"
"돈에 큰 미련이 없는 사람"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
"인성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
"자존심 세고 고집 센 사람"
"조금은 다혈질 기질이 있는 사람"
"내가 믿는 신념이나 사람은 누가 뭐래도 끝까지 믿는 사람"
"재미없는 아재 개 그 하는 사람"
"칭찬에 인색한 사람"
"날이 갈수록 몸이 노화가 되는 것에 많이 속상해하는 사람"
"갈등이나 문제가 생기면 피하기보다는 부딪치는 융통성 없는 사람"
"옷은 혼자 살줄 모르고 사주는 데로만 입고 다니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건 누가 어떤 안 좋은 말을 해도 상관 안 하고 계속 좋아하고, 내가 싫어하는 건 누가 어떤 좋은 이야기를 해줘도 끝까지 싫어하는 성격의 사람"
"내 마음에서 무엇인가 싫어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마음의 문을 서서히 닫기 시작하는 사람"
"나보다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
"세상 누구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가 한 행동을 가장 잘 이해해 주고 다독여주는 사람"
"지난 과거에 미련 없는 사람"
"뭐든 잘 될 거라고 믿고 있는 사람"
"난 참 인복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
"나 자신에게는 너무 인색한 사람"
"남을 배려하느라 나 자신에게 소홀했지만 그런 모습도 스스로 이해하는 사람 "
"이제는 미움받을 용기가 있는 사람"
"이제는 모든 우선순위를 나에게 두고 나 자신을 위해서 노력해가는 사람"
.
.
내가 누군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봤는데 참 적을게 많다.
생각해 보면 난 나 자신보다 다른 누군가를 배려하려고 마음속으로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만약에 과일을 나눠 먹어야 할 경우 모양 안 좋고 이상한 건 다 내가 가지고 오고 모양 좋은 건 다른 사람들에게 다 나눠준다.
꼭 과일이 아니더라도 뭔가를 나눠야 할 경우 내가 제일 안 좋은걸 고른다.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그게 배려라고 배우고 자란 영향이 크다.
머리 회전이 그래서 빨라야 한다.
무언가 선택해야 할 때 가장 중요한 거랑 가장 안 좋은걸 빨리 스캔해서 가장 안 좋은걸 먼저 골라야 하니 말이다.
약삭빠르게 내가 제일 좋은 걸 먼저 고르는 건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안 좋은걸 고르더라도 그렇게 배려를 해주면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람들은 더 배려를 해주더라.
그리고 자기만 좋은 걸 챙기고 배려 안 하는 사람은 주변에 사람이 따르질 않더라.
나 자신에 대해서 앞으로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
앞으로는 여기다 다 적지 못했던 나의 고쳐야 할 점들, 안 좋은 점들 위주로 더 많이 생각해 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나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나는 누구일까?"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고, 하루하루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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