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구정부터는 우리 집에서는 더 이상 차례를 안 지낸다.
작년에 차례를 지내며 아버지께서 조상님들께 내년부터는 차례를 안 지내게 되었으니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고 미리 선고를 하셨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연세가 많이 들었거니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도 6년이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안 계신 동안에도 우리 가족은 열심히 조상님의 제사와 차례를 지내왔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있다.
"사람 죽고 나서 제사가 다 무슨 소용이 있느냐"
"산 사람이 위안 받으려고 지내는 거지. 그냥 그날을 잊지 않고 마음으로나마 기억하면 된다."
제사는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지내야 한다고 믿고 계셨던 분인데 그 말을 하시는 순간 놀랐었다.
어머니 살아계신 동안 많은 제사를 치르게 해서 고생만 시켰는데, 그렇게 어머니가 떠나시고 나니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으셨던 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제사를 지냈는데 조상님께서 너무 일찍 어머니를 데려가신 건 아니냐며 속상해하셨다.
그때 아버지께 조상님이 계셔서 그래도 어머니가 어머니 명보다 더 오래 살고 가신 거라고 옆에서 위로해 드렸었다.
그런데 그 말은 그냥 한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생전에 하신 말씀이 젊었을 때 점을 봤는데 모든 점쟁이들이 어머니 명이 짧아서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어머니가 생전에 늘 말씀하셨던 게 그 점쟁이들이 이야기했던 것보다 난 훨씬 많이 살고 있으니 복받았다고 하셨었다.
난 조상님의 은덕이 있었다고 믿는다.
어머니가 100년 1000년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그건 다 부질없는 내 마음의 욕심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조상님의 기제사도 합쳐서 숫자도 줄이고 명절(구정, 추석) 제사는 모두 없앴다.
자식들에게는 더 이상 고생시키지 않으시려고 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어머니 돌아가시고 지금까지 자식들 모두 열심히 차례도 지냈고 제사도 지냈으니 아버지 마음에서도 마지막까지 조상님에 대한 예의는 모두 갖췄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명절이면 제사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셨던 어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좀 더 잘 해 드릴걸.. 좀 더 착한 아들이 될걸..
눈을 감으면 후회는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나란 사람은 참 어리석다.
올해 명절 차례를 안 지내니 몸은 편한데
머릿속은 고생하셨던 어머니 생각으로 마음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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