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갑자기 신림에 백순대를 먹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백순대를 먹은 지도 몇 개월이나 지났고 가족 모두 좋아하기에 갔다 올지 말지 고민했었다.
저번엔 딸이랑 같이 따릉이도 타고 놀 겸 해서 같이 갔다 왔는데,
오늘은 같이 가자 했더니 학원 숙제하느라 시간이 없단다.
차를 가지고 가면 편하게 갔다 올 수 있지만 도착 후 주차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리고 오늘은 집에서 뒹굴뒹굴하고 만 있어서 운동도 할 겸 따릉이를 타고 갔다 오기로 마음먹었다.
따릉이는 6개월 간격으로 2시간 정기권을 끊어서 타고 있다.
왜 1년 정기권을 안 끊었냐하면 겨울에는 사실 따릉이를 탈 수 있는 날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눈이 오면 길도 미끄럽고 또 길에 뿌린 염화칼슘에 녹은 눈 때문에 옷도 더러워질 수도 있다.
겨울은 따릉이를 타기에 너무 위험한 계절이다.
따릉이는 날이 풀리는 4월부터 해서 10월까지만 타는 게 가장 경제적인 것 같다.
이런 이유로 따릉이를 조금 더 있다가 4월에 정기권을 끊으려 했는데 오늘 딸의 성화에 따릉이 6개월 정기권을 끊어서 신림까지 라이딩을 했다.
집에서 신림 순대타운까지는 편도 10km 정도 된다. 왕복 20km다.
내가 가는 신림의 백순대 집은 원조 순대타운의 301호 전라도 여수 집이다.
대학 다닐 때부터 다니다가 결혼하고나서 와이프랑, 그리고 우리 집 애들도 계속 가던 단골집이다.
20년이 훌쩍 넘은 단골집인데 주인아주머니와 아저씨는 20년 전 모습 그대로 시다.
오랜 시간 동안 열심히 생활하셔서 그런지 늙지도 않으신다.
난 가게에서 먹고 가기보다는 자주 포장을 해가는 편이다.
보통 2인분씩 2개, 총 4인분을 포장해간다.
신림에 갈 일이 많이 없어서 갈 때 조금 많이 사 와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며칠 동안 먹기 때문이다.
2인분의 양은 말이 2인분이지 4명이 먹어도 다 먹기 힘들 정도로 많다.
정말 맛있기도 하지만 양이 어마어마하다.
오늘 가자마자 2인분씩 총 2개 포장해달라고 했는데 마침 오늘 신림 순대타운에서 설문조사 행사한다고 나보고 빨리하라고 하셨다.
설문조사 응하면 1만 원 쿠폰을 주는 행사였는데 아주머니 덕분에 1만 원이나 싸게 백순대 볶음을 살수 있었다.
백순대를 사고 나와서 따릉이 대여 지점에 가서 순대 4인분을 실으려는데 너무 많아서 바구니에 다 안 들어갔다.
저번에는 딸이랑 따릉이 2대로 나눠서 싣고 와서 잘 몰랐는데 조금 난감했다.
따릉이 바구니에 순대볶음 포장이 살짝 삐져나오긴 했지만 바구니에 딸린 줄로 단단히 고정하고 집으로 다시 라이딩을 시작했다.
올 때도 조금 힘들긴 했지만 갈 때는 짐이 있어서 그런지 더 힘이 들었다.
따릉이를 안타다가 타니깐 더 그런 것 같았다.
차로 갔다 왔으면 기름값에다가 주차비까지 나갔을 테고 운동도 안 되었을 것이다.
따릉이로 갔다 오니 조금 힘이 들긴 했지만 그만큼 더 운동도 더 했고 지출도 줄일 수 있었다.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고는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다.
집에 와서 내가 샤워를 먼저 하는 동안 와이프가 순대볶음을 해놓았다.
딸이 자기가 좋아한 백순대 볶음을 사 왔다고 정말 좋아했다.
먹는 순간에도 연신 맛있다는 말을 연발했다.
아직까지는 추위가 가시지 않아서 라이딩하기에는 추웠다.
날이 풀리면 다시 한번 백순대 볶음을 사러 갔다 와야겠다.
딸이랑 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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