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할 때 신호등을 총 2번 건너서 사무실로 간다.
그런데 첫 번째 신호등을 어디서 건널지 항상 선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무실로 가기 위해서는 내가 있는 곳에서 반대편으로 건너가야 하는데 반대편으로 건널 수 있는 신호등이 내가 가는 방향으로 2개 존재한다.
첫 번째 신호등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우회전하는 길이 없는 곳이어서 안전하다.
두 번째 신호등은 사람들이 많이 안 다니는 한적한 길을 걸어와서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는 차량이 있는 곳을 건너야 하는 곳이다.
대충 그림으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그림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 첫 번째 신호등에서 건너편으로 건너갈지 아니면 조금 더 직진해서 2번째 신호등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갈지 선택해야 한다.
참고로 내가 사무실로 진행해 가는 방향의 정면에는 횡단보도가 없다.
사거리지만 횡단보도가 3개만 있는 구조다.
난 항상 2번째 신호등까지 걸어와서 길을 건넌다.
왜냐하면 첫 번째 신호등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서 반대편으로 걸어올 경우 건물 공사 중인 구간을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건물 시공사에서 혹시라도 낙하물이 떨어질까 봐 사람들이 안전하게 지날 수 있도록 상부가 가려진 상태의 보행통로를 만들어 놨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수시로 덤프트럭이 공사장 안으로 또 들락날락거린다.
건물 앞에 안전요원이 있어서 덤프트럭이 들어가거나 나갈 때 통제를 하긴 하지만 여전히 위험요소는 존재한다.
첫 번째 신호등에서 건너기엔 확률적으로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
그리고 공사장에서 떨어진 낙하물에 맞아서 중상을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뉴스로 종종 봐왔었다.
또, 트럭은 사각지대가 많아서 정말 운이 없어서 자칫 잘못하다간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2번째 신호등의 경우에 우회전하는 차들이 있어서 위험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큰 대로가 일직선으로 뻗어있다 보니 시야 확보가 잘 되어서 건너기 전에 확인만 잘하면 안전한 편이다.
그렇지만 당연히 건물 공사가 다 끝나면 그때는 첫 번째 신호등으로 건너가는 게 2번째 신호등보다는 위험률이 줄어든다.
현재 나는 2개의 상황 중 나쁜 상황으로 벌어지지 않을 확률이 가장 낮은 곳을 선택한 것뿐이다.
우리의 모든 생활에서 혹시 나쁜 상황이 일어날 확률이 있으면 시도를 안 하는 게 좋다는 건 모두 경험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폭우가 내려서 홍수 위험이 있다고 방송을 하는데도 강가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하다가 봉변을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 바닷가에 가면 밀물 때가 되면 근처 마을에서 다급한 방송이 흘러 나온다.
밀물시간으로 물이 금세 들어올 수 있으니 빨리 바닷가에서 나오라고 말이다.
서해는 가보면 알겠지만 진짜 순식간에 바닷물이 밀려들어온다.
그런데 그때 나쁜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생겼는데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문제가 발생한 경우를 상당히 많이 봤다.
폭설과 한파가 온다고 TV를 포함한 여러 매체에서 위험을 알리는데도 안일한 생각으로 등산을 갔다가 조난 당하거나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도 자주 접한다.
이런 소식들을 접하다 보면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많은 주변 사람들을 상당히 피곤하게 만들게 되는 결과를 보게 된다.
내 생활의 작은 영역에서부터 항상 위험에 대비하는 게 몸에 배어있지 않다면, 정작 큰 위험이 왔을 때는 우왕좌왕하며 대처하기가 싶지 않을 것이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있다면 그 상황에 뛰어드는 멍청하면서도 무모한 시도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안전을 위해 조심을 하는 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일이다.
운전을 하다가도 간혹 자신을 자극하는 차를 보고 레이싱을 펼치는 경우가 있다.
이건 확률적으로 좋은 결말로 이어질 수가 없다.
내가 선택한 결과로 인해서 나쁜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좋은 확률이 생길 확률보다 조금이라도 높다면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생활에서도, 업무에서도, 연인 관계에서도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상황에 해당된다.
그때 거기를 지나는 게 아니었데...
그때 그 선택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상황이 벌어지고 나서 아무리 눈물 흘리고 후회해 봐야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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