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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

더 큰물을 경험해봐야 더 큰 발전이 있다.

by 매일 글 한개 2023. 12. 26.
매일글한개

 
A형 독감에 걸리고 독감의 후유증으로 축농증까지 걸리면서 거의 2주째 병원 신세를 졌었다.
매일 가던 수영장에 못 가니 몸이 근질근질했다.
하루의 시작을 수영과 함께 했는데 처음부터 일상이 꼬이기 시작했다.

몸이 회복되고 난 뒤에 주말(토요일) 수영을 갔다.
참고로 내가 다니는 수영장의 길이는 25M 다. 수심은 1.4M 정도다.
오래간만에 다시 나갔지만 그래도 몸이 기억하는지 생각보다는 할만했었다.

그러다 크리스마스이브(일요일) 날 아침에 급하게 수영 약속이 잡혔고
잠실에 있는 올림픽공원 수영장을 연일 가게 되었다.
평소 내가 다니던 수영장에서 잠실종합운동장 수영장에 한번 가보라는 회원들의 이야기가 많았었다.
거기는 레인이 50M이고 수심도 2M 구간이 있다고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했었다.
한번 가봐야겠다고 인사치레 대답은 했었는데 이렇게 진짜로 가게 될 줄이야...
사실 잠실종합운동장 제1수영장에 가려고 했었는데 휴무여서 올림픽공원 수영장으로 가게 되었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거라서 절대 작다고는 생각 안 해봤었는데 올림픽공원 수영장에 비하면 작은 거였다.
일일 자유수영 입장권을 끊어서 입장을 했는데 샤워기 숫자부터 어마어마했다.
내가 샤워했던 자리의 번호가 99번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 옆이랑 그 뒤에도 있었으니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100개는 거뜬히 넘는 것 같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20개 내외인데, 그 순간 조금 주눅이 들면서 서울 촌놈이 된 느낌이었다.
레인은 50M x 12.5M의 연습풀(1.2M 수심 ~ 2M 수심)이 있었고, 50M x 25M 경영풀(1.2M 수심 ~ 2M 수심), 25M x 25M 다이빙풀(5M 수심)이 있었다.

경영풀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였다.
첫 25M까지는 1.2M 정도의 수심이고 그다음 25M는 2M의 깊이다.
우리 센터의 경우 길이가 25M여서 거기까지 수영을 하고 간 뒤 힘들면 그 끝에서 잠시 서있다 쉬고 다시 출발할 수 있다.
수심이 1.4M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가는 중간에 혹시 서더라도 물에 빠질 위험은 없다.
그런데 여기는 25M부터 1.2M고 그다음부터 나머지 25M까지 수심이 2M로 급속하게 깊어진다.
총 길이도 50M다.
체력을 잘 배분해서 가지 않으면 나머지 25M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힘들다고 서는 순간에는 물속으로 꼬르륵이다.

25M를 수영하고, 나머지 25M를 전진하면서 2M로 깊어지는 물속을 바라보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수영장 회원들이 가보라고 한 이유가 있었구나. 살짝 겁나네.  여기서 힘이 빠지면 큰일나겠다. 그런데 재미있는걸~"
50M의 레인 끝에는 아래쪽 벽에 홈을 파 놔서 쉬고 싶은 사람은 그 홈에 발을 까치발로 끼워놓고 벽을 잡고 잠시 쉴 수 있었다.
쉬지 않고 한 바퀴를 돌면 100M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 2바퀴를 돈 것과 같다.

처음 수영을 시작할 때 손목에 차고 있던 갤럭시 워치 설정이 잘못되어있어서 2~3바퀴(200M~300M)이상 돈 게 기록이 안되었다.
갤럭시 워치를 다시 설정하고 돌았는데 나올 때 보니 3.45Km 가 기록되어 있었다.
기록 안된 바퀴 수까지 합하면 실제 수영 거리는 3.7Km 가 넘을 것 같다.

우리 센터에서는 수영장 한 바퀴 도는 것도 힘들어했는데 여기서는 꽤 많은 운동이 되었다.
마의 2M 수심 구간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수영을 하다가 후반부에는 바닥 쪽으로 향하게 사이드 턴을 해서, 2M 바닥까지 내려가서 잠영으로 암스트로크도 연습해 봤고, 사람들이 많이 없을 땐 2M 구간에 서서 입영 연습도 하고, 그러다가 다시 잠영으로 바닥까지 들어가서 찍고 올라오고 정말 재미있게 놀았다.
처음에는 두려웠던 2M 수심이 갈수록 너무 편해졌다.

올림픽공원 수영장에서 수영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가 바로 내가 다니는 수영장으로 다시 자유수영을 하러 갔다.
그런데 수영장으로 들어가자마자 정말 깜짝 놀랐다.
"엥? 수영장 길이가 왜 이렇게 짧아????? 내가 매일 오던 그 수영장이 맞아????"
"난 이렇게 짧은 레인에서 매일 수영하면서 힘들어했었나??"

50M 레인에서 오전에 수영을 하다가 오후에 25M 레인을 바로 봐서 그런지 피부로 와닿는 차이를 느꼈다.
25M 레인에서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으니 벌써 레인의 끝에 와있었다.
50M 레인에서는 그때부터가 수심 2M로 깊어지면서 진짜 시작이었는데 말이다.

1Km 정도 쉬엄쉬엄 수영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참 많은 걸 깨달았다.
내가 어떤 힘든 상황이 있다면, 그것보다 훨씬 더 힘든 상황을 만들어서 그 속에 나를 던져보는 것도 큰 배움이 될 수 있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더 크고 힘든 상황에서 나와서, 다시 그전의 나의 상황을 본다면 지금의 힘든 건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봐도 항상 그랬던 것 같다.
평소 안 하던 큰 프로젝트를 하면서 극한으로 몰릴 경우 더 큰 발전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얻었던 큰 배움이 있다.
항상 처해있는 상황보다 더 큰 상황이 발현될 것을 가정하고 그런 상황 발생 시 힘든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내 분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시간을 아껴가며 더 효율적으로 일하며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했거나, 경험 안한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땐 이젠 두려움과 함께 설렘이 생긴다.
힘든 만큼 또 무엇을 배울지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더 큰물을 경험해 봐야 더 큰 발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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