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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

수영을 시작한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by 매일 글 한개 2024. 1. 6.
매일글한개

 

2022년 7월 처음 수영장에 갔었는데,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다.
이제 1년 7개월로 접어든다.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시간 참 빠르다.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생각이 든 건 그 즈음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일이 있어서였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가 없다." 이 속담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경험이었다.
그 시절 나에겐 너무나 큰 충격이었고, 마음의 혼란을 다 잡기 위해서 그 즈음 산책도 시작했었다.
세상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나만이 알고 있어야 하는 이 비밀은 아직도 내 마음을 답답하게 하며 가치관을 흔들어 놓는다.

전화위복이란 말이 있듯이, 그때 마음을 다스리려 시작한 수영과 산책은 지금 내 생활을 선순환시키고 있다.
득실상반(得失相半)이다.

처음 수영장에 강습을 등록하러 갔을 땐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었다.
"2-3달 열심히 해서 최상급 올라가서 모두 실력으로 압도해 주겠어!!"
어디서부터 생겨난 근자감인지 모르겠지만 그 시절 나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을 마음속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사실 수영이라고는 어렸을 때 냇가에서 혼자 하던 개구리헤엄(평영)이 전부였다.
워터파크를 가서 자유형을 하는 사람들을 봤는데 정말 신기했었다.
어떻게 얼굴을 물속으로 넣었다가 팔을 돌리면서 한쪽 호흡을 하면서 전진이 가능한지 흉내 내보려 해도 쉽지가 않았었다.
자유형만 봐도 신기했었는데 수영장에 첫날 간 날 중급, 상급에서 배영과 접영을 부드럽게 하는 회원들을 보고 상당히 주눅이 들었었다.
그리고 내가 처음 생각한 2-3달 만에 최상급에 올라간다는 생각은 실현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바로 받았다.

수영 강습을 처음 듣던 날이 생각난다.
유아풀에 걸 터 앉아서 발차기 100번 하라고 강사님께서 하셔서 쉬지 않고 열심히 했는데 너무 힘이 들었다.
같은 초급반 수업을 들으며 발차기를 하던 여성분들이 오히려 나보다 더 수월하게 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나는 하체가 부실한 편인데 그건 어머니 쪽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그런 것이다.
아버지 쪽 유전자를 받았으면 좋았으련만 그 부분이 아쉽다.

수영을 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난 킥판 발차기가 힘들다.
처음보다야 일취월장했지만 지금 내 연차에 비하면 발차기 실력은 평균 이하인 것 같다.
사실 물려받은 유전자로 인한 하체가 부실한 이유가 크겠지만, 그보다도 그 발차기가 너무 힘들어서 더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게 더 큰 이유인 것 같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더 시도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체력이 소진이 되어서 강습시간을 온전히 버티기가 힘들어져서 또 안 하고 피하게 되면서 악순환을 이어나갔다.
새해부터는 킥 판 잡고 발차기 좀 열심히 연습해야겠다.

초급반에서는 모든 영법을 어느 정도 익히면 중급반으로 올라간다.
난 1주일에 2번 (화, 목) 강습을 들었었다.
그렇게 자유형 1달, 배영 1달, 평영 1달, 한 팔 접영 1달 이렇게 총 4개월 강습을 마치고 난 중급반으로 올라갔었다.
내가 초급반에 들어갔을 때 나보다 몇 달 앞에 들어와서 배영, 평영을 배우고 있던 사람들도 아직 중급 반으로 못 올라간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처음부터 나와같이 강습을 듣던 회원들 중 어느 누구도 중급반으로 못 올라갔었다.
중급반으로 나 혼자 올라가던 그날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달이 바뀐 첫날 수업을 갔는데 강사님이 내 손을 잡고 갑자기 중급반으로 가셔서 중급반 강사님께 나를 잘 부탁한다고 하시면서 "오늘부터 여기 중급반에서 하시면 되세요"  하시고는 초급반으로 떠나셨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레인이 총 5개인데 초급과 중급은 각각 오른쪽 왼쪽 끝 레인에 있다.
가운데 3개 레인은 중상급, 상급, 최상급 레인이다.
초급에서 수영을 하면서 제일 멀리 끝에 있는 중급 레인을 수시로 봤는데 레인 2-3바퀴를 쉬지 않고 돌리는 걸 보고 중급에 대해 상당히 두려워했었다.
사실 초급에서는 자유형으로 25M 레인을 안 쉬고 가면 잘했다 하는 수준인데, 중급은 100M는 그냥 몸풀기로 돌리고 있으니 말이다.
혼자 중급으로 올라온 뒤 같이 수업을 듣던 초급반의 회원들로부터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지만, 난 진짜 죽는 줄 알았었다.
중급반 사람들은 왜 이렇게 빠른지, 체력은 왜 그렇게 다들 좋은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중급반으로 올라가자마자 수영이 조금 싫어지려고 했다.
중급반에 혼자 올라와서 아는 사람도 없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인데 수영의 강도는 왜 이리 내게 강한지 말이다.
중급반에서 하루하루 버텨내는 게 너무 힘들었었다.
중급반 사람들의 속도를 따라가려고 발버둥 치면서 1달 동안 들었던 생각이 "이러다가 물속에서 기절하는 거 아니야? 라이프 가드는 나 잘 보고 있겠지? 기절하면 잘 꺼내주겠지? 다시 초급으로 내려갈까? 이러다 죽겠는데." 이었다.
내가 중급반에 올라왔을 때 가르치던 중급반 강사가 호랑이 강사였다.
자유형 2-3바퀴 돌라면 쉬지 말고 돌아야 했다.
중간에 쉬기라도 하면 불호령이 떨어졌고 난 힘들어서 쉬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물을 마셔가면서도 어떻게든 돌았다.
그리고 내가 늦게 가면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미안한 마음과, 다들 잘 도는데 나만 실력 없어 보여서 쪽팔릴까 봐 더 최선을 다했었다.

그렇게 1달, 2달, 3달 하다 보니 어느새 초급반에서 같이 했던 사람들이 중급반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일면식이 있던 사람들이 여럿 보이기 시작하면서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20여 명 가까이 넘게 올라왔던 회원들은 어느새 하나, 둘 안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중급반의 힘든 걸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그리고 몇 개월 버티다 난 중상급으로 올라갔는데, 그때가 또 새로운 시작이었다.
중급에서 1번을 어느 정도 서다가 중상급을 올라갔는데도 역시 중상급은 만만치 않았다.
초급에서 중급으로 올라갔을 때보다는 조금 편했지만 힘든 건 매한가지였다.
초급에서 같이 하다가 중상급까지 같이 올라갔던 사람이 2-3명이 있었는데 이 사람들도 어느새 안 보이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도 힘들었었나 보다.

그리고 몇 개월 후 난 중상급에서 상급으로 올라왔다.
중상급에서 상급으로 올라오니 또 다른 세계였다.
그렇지만 초급에서 중급, 그리고 중급에서 중상급을 올라오면서 변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던 터라 힘들지만 잘 적응했었다.
마지막까지 나하고 상급으로 넘어온 사람은 지금 딱 1명 남아있다.

1년 6개월 수영을 하면서 삶의 작은 축소판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뭐든 다 같이 시작은 하지만, 그 분야에서 끝까지 남아있기는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러므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끈기와 노력보다 좋은 재능은 없다고 본다.
수영을 처음 시작한 게 마음의 충격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전화위복이 되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게 해준다.

오늘도 수영을 가야겠다.
 

"낙숫물도 계속 떨어지면 바위를 뚫는다."
"포기하지 않는 자가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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