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서울에 정말 많은 눈이 내렸었다.
영등포 롯데 백화점에 가서 저녁을 먹고 나왔는데 정말 많은 눈이 쌓여있었다.
백화점에 들어갈 때는 눈송이 하나 안 보였는데 나오니 온통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었다.
백화점의 주차장을 돌아 나오는 길엔 자동차의 바큇자국만 있을 뿐 그 주변으로는 모두 수북이 쌓인 눈뿐이었다.
큰길로 나오니 벌써 제설작업이 끝났는지 도로엔 쌓인 눈은 없었다.
눈이 올 걸 예상하고 이미 서울의 모든 자치구들은 도로에 칼슘 살포를 해놓은 모양이다.
이런 걸 보면 괜히 대한민국의 수도가 아닌가 싶다.
어렸을 때는 눈을 보면 너무 좋고, 겨울이 되면 눈 오는 날만 기다렸는데 지금은 별 감흥이 없다.
같이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할 친구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내 마음속에 낭만이 사라진 걸까?
지금은 눈을 보면 이런 마음밖에는 안 든다.
"눈 많이 오면 길 미끄러운데 조심해야지. 이 눈을 다 치우려면 치우는 사람들은 참 힘들겠다. 도로에 칼슘제가 많이 뿌려 저 있어서 자동차 하부가 부식될 수 있으니 차를 가지고 외출하는 건 자제 해야겠다. 아이들은 눈 오니 즐겁겠다."
감성적인 생각은 내 머릿속 어디를 뒤져봐도 없다.
청년기에는 첫눈이 오면 사랑하는 사람과 꼭 데이트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 시절 시골로 떠난 여행에서 눈앞을 가릴 정도로 내리는 함박눈을 보거나, 주변의 모든 산이 하얗게 눈으로 덮인 광경을 목격하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일어났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야! 오늘 진짜 눈 많이 오네!" 그냥 이 생각뿐이다..
살아가면서 눈 녹듯이 내 감성도 녹아 없어지는 것 같다.
너무 집과 사무실만 왔다 갔다 하면서 반복적인 삶만 살고 있는 것도 큰 이유인 것 같다.
어제 서울에 정말 많은 눈이 내렸었다.
이젠 내 마음에도 낭만의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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