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파주에 자주 가는 단골 닭갈비집으로 갔다.
몇 달 동안 주말에 집콕 하기 바빴는데 딸아이가 닭갈비를 먹고 싶다는 말에 콧바람도 샐 겸 나왔다.
사실 어제가 딸의 생일이기도 했다.
난 경험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그래서 한 번 간 음식점은 다시 가지 않으려고 한다.
왜 똑같은 돈을 들여서 한곳만 계속 가야 하나?
그것보단 새로운 음식점을 가보면서 다양한 경험을 늘리는 게 나에겐 더 큰 배움이 된다.
그런데 여러 곳을 가보았는데도 맛이 월등히 뛰어난 집이 있다면 그런 집은 재방문을 계속하는 편이다.
오늘 갔던 그 닭갈비집은 파주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을 갈 때면 매번 들리는 맛의 검증이 끝난 단골집이다.
우리 가족 모두가 인정한 맛집이다.
그런데 오늘 오랜만에 갔다가 맛이 이전과 달라진 걸 느끼고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피곤해서 오늘 내 입맛이 안 좋은가 보다" 하고 닭갈비를 먹으며 혼자 생각했었는데 밥을 다 먹고 나온 후 딸과 와이프가 이전하고 맛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 달라진 걸 느꼈다 했다.
세트로 시키면 나오는 막국수의 양도 많이 줄었고 맛도 그전과 달랐다.
충격이 더했던 건 1달 전에 이와 비슷한 경험을 또 했었기 때문이다.
석모도에 가면 꼭 들리는 단골 해물탕(아귀찜) 집이 있다.
양도 일반 해물탕(아귀찜) 집의 1.5배 이상은 되는데 맛도 넘사벽인 집이다.
해산물도 푸짐한데 가격도 정말 착하다.
석모도에 놀러 가면 들리는 음식점이 아니라, 반대로 아귀찜이 먹고 싶어서 석모도를 놀러 갈 정도의 맛집이다.
그런데 1달 전 처가 식구들이랑 석모도에 놀러 갔다가 들렸었는데 충격적이게도 해물의 양도 줄고 맛이 이전과 너무나 달라졌었다.
찐 맛집이라고 처가 식구들 모두 데려갔었는데
우리 가족은 모두 정말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다시는 이 음식을 먹으러 석모도까지 올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두 번 갔던거도 아니고 몇 년씩 가던 단골집들이었는데 최근에 이렇게 맛이 변하는 단골집들이 많아진다.
왜 그럴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인플레이션 영향 때문인 것 같다.
전방위적으로 오르는 물가 때문에 음식점에선 자구책으로 음식 재료 구성에 뭔가 변화를 주었고 이것이 음식의 양과 맛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물가 상승이 참 많은 걸 바꿔버리고 있다.
변해버린 음식점의 맛에 예전에 그곳에 함께했던 추억도 사라진 느낌이다.
멀리 떨어져 추억하는 나의 마음도 이렇게 씁쓸한데,
지금 그 공간 속에서 인플레이션을 어떻게든 견뎌보려는 음식점 사장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코로나로 힘들어진 세계경제가 빨리 제자리를 찾아갔으면 좋겠다.
코로나의 후유증인 인플레이션은 아직 끝나지 않고 추억까지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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