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에 거래처와의 미팅이 있어서 을지로에 나왔다.
정말 몇 년 만에 나왔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오늘 미팅이 없었다면 앞으로 몇 달간 주말에 시간을 내서라도 다시 나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1시간 조금 안되게 미팅은 끝났다.
미팅이 끝나고 을지로에 나온 김에 바로 앞에 명동으로 걸어서 가봤다
5분 정도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서 가봤는데 정말 많은 게 바뀌어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지도 꽤 오래되었지만 난 정말 오래간만에 명동에 나왔다.
길거리 노점상에는 정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평일 저녁 명동 길엔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것 같았다.
한글만 아니라면 내가 외국여행을 와있는 건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 길을 걷다가 국립극단 명동예술 극장을 지나다가 낯익은 피아노 선율을 들었다.
피아노 연주 소리가 나는 곳으로 몸을 돌린 나는 첫눈에 내가 아는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밤 10시 ~ 12시 사이에 선유도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면 선유도 이야기관 건물 1층에 놓인 피아노를 연주하시던 분이 있었다.
불 꺼진 건물 아래 전등 하나 정도의 불빛 아래 놓여진 피아노를 연주하셨는데 아주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봤었다.
난 몇 개월 동안 선유도 공원을 그렇게 산책하며 멀리서 그분의 피아노 연주를 들었었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그분을 볼 수 없었다.
어디가 아프신건가? 갑자기 왜 안 나오시 하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혹시나 그분이 아닌가 하고 명동 예술 극장 옆에서 피아노 연주가 끝나기를 한참을 기다렸다.
피아노 연주가 끝나자마자 그분에게 다가가 물어봤다.
혹시 선유도공원에서 밤마다 피아노 연주하셨던 분 아니신지 물어봤더니 맞다고 하셨다.
선유도공원 산책할 때마다 멀리서 연주를 들었는데 여기서 다시 만나 뵐지 몰랐었다고 말씀드렸다.
선유도공원에서 밤마다 산책을 하면서 멀리서 피아노 연주를 잘 들었었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안 보이시더라고 말씀드렸더니 지금은 매일 12시까지 여기 명동 예술 극장 옆에 와서 피아노 연주를 한다고 하셨다.
선유도공원이 집에서 가까워서 좋긴 한데 피아노 건반이 몇 개가 고장이 나있어서 음이 잘 맞지 않는다고 하셨다.
공원관리사무소에 몇 번을 이야기했는데도 안 고쳐놔서 그냥 명동에 와서 밤 12시까지 연주를 하신다고 하셨다.
그때 연주 감사하게 잘 들었었다고 인사를 드리고 발걸음을 돌렸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 놀랍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마주칠지 모르니 말이다.
몇 년 만에 처음 들린 명동에서 놀라운 경험을 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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